인공지능 로봇과 무인화 시스템
인공지능 로봇과 무인화 시스템
  • 광성일보
  • 승인 2018.06.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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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점차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추이 속에서
이병찬 전시전 겸
이병찬 전시전 겸

 

성남문화재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 로봇과 무인화 시스템 등 기술이 점차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추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술은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을 말하기도 하지만, 본질적 의미는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이다. 기술의 기원인 테크네(Tekne)는 자연으로부터 얻은 사물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일이자 솜씨 그리고 예술을 일컬었다. 예술이 곧 기술이라는 말이다.

같은 뿌리에서 파생됐지만 지금은 ‘예술’과 ‘기술’이 각각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사용된다. 하지만 그 기조에 있는 ‘사물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일’이란 점은 이들의 상호경계를 넘나들며 통용되고 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거나 이미 만들어진 것을 발전시키는 것은 획기적인 발상, 축적된 시간, 다양한 경험 등을 내재한다.

이렇게 ‘예술로서의 기술’, ‘기술로서의 예술’을 고스란히 지키며 작품을 매개로 예술과 기술의 현대상을 계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성남큐브미술관이 2018 여름특별기획전으로 선보이는 <AT MUSEUM>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그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창출한 뮌(MIOON), 양정욱, 이병찬, 팀보이드(teamVOID), 한경우, 한호 등 총 6명/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AT MUSEUM>에 참여하는 6명/팀은 10여 점의 설치작품과 뉴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가장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장르를 개척하며 작업하는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기술과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미적 상징을 개성 넘치는 시각적 메시지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이병찬의 <Urban Creature-Calling for Mammon>(2018)이다. 천장에 매달린 채 바닥에 자리 잡은 익숙한 듯 낯선 모습의 이 괴물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는 라이터의 작은 불을 발화시켜 비닐을 녹이고, 녹은 면이 굳기 전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하나하나 뜨개질하듯 매듭을 짓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는 듯한 이러한 행위는 작품의 완성 후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움직임으로 비로소 완전해진다. 극도로 자본화된 신도시 폐기물에서 비롯된 이 도시 생명체는 인공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을 가진 채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양정욱은 생활 주변의 풍경이나 일상적인 소재를 작품으로 구조화한다. 영감이 된 소재는 짧은 소설의 이야기로 만들고, 이야기에서 파생된 형상은 자유로운 듯 완고한 작품으로 탄생한다. 이번 출품작 <대화의 풍경 시리즈>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모티프로 했다.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 대화의 장면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풍경, 대화의 주제에 대한 객관적인 혹은 주관적인 제3의 이야기를 투영하고 있다.

동선을 따라 닿은 공간에는 한호의 <영원한 빛-동상이몽>(2013)이 자리하고 있다. 관객이 머무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에 반응하듯 서서히 색이 바뀌는 몽환적인 작업은 마치 꿈속에서 환시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킨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장지를 올리고 먹과 목탄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하나하나 타공하는 노동을 통해 지지체와 이미지 사이에 통로를 만들고 그를 통해 빛을 해방시킨다. 이런 방식은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 회화’를 만들어 낸다.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가린 할머니, 뒤를 돌아보고 있는 사슴, 길을 잃은 듯 울고 있는 아이, 하늘 위에서 꿈꾸는 듯한 남자 등 대상들은 화면 속 빛과 밀접하게 어우러져 다양한 이야기와 상황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생각의 장을 제공한다.

한경우는 실재하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를 두르는 영상 및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Reclaiming a Hat>(2014)은 일개 사물로서의 ‘모자’와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주체와 객체의 끊임없는 전도와 도치를 경험하게 하며, 개인의 기억과 경험의 연상이 실재 이미지와 대립해 왜곡된 관점을 가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인 <Green House>(2009)의 공간에 들어서면 작가가 만들어 낸 착시(optical illusion)를 경험할 수 있다.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 등 3명으로 구성된 팀보이드(teamVOID)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신작 <원을 그리는 기계>(2018)는 과학적 기술이 만든 예술적 결과물이다. 관객이 참여자로 작품과 교차, 상응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작업(interactive art)으로, 관객이 행동으로 가하는 물리적 압력은 톱니바퀴의 체인을 순차적으로 작동시키고, 물 흘러가듯 끊임없이 연동하는 움직임은 어느 순간 가상의 세계로 이어진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기억을 소급하는 여러 찰나가 반원형의 극장구조 속에서 상영된다. 뮌(MIOON)의 <오디토리움 auditorium>(2014)은 다섯 개의 커다란 캐비닛에 마치 영사기로 기록한 필름을 연속적으로 점멸시킨 듯한 이미지 표출은 짧은 순간에도 강한 흔적을 남기며, 기억 저편 투영된 경험구조를 환기시킨다.

이렇듯 <AT MUSEUM>전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된 모습을 작품을 통해 살펴보고, 앞으로도 무한히 발전할 기술이지만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예술의 가치와 모습에 대한 질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매일같이 발전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한 여운이 스미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9일(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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